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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ly 11, 2020

“피부로 느낄 좋은 정책 만들어 인사하고 싶었다…2차 가해 안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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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서울시 제공) 2020.7.11
“너무 힘들게 애쓰면서 살아온 분인데 죽음 앞에서도 그저 잘 가시라는 말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 더 애통합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거주하는 하모씨(73·여)는 12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치고서 이같이 말했다.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던 그는 “(박 시장이) 짊어진 그 무게 때문에 차마 부딪혀보지 못하고 이렇게 허망하게 떠난 것 같아서 미우면서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6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박 시장의 입관식이 이날 오후 12시30분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전날에 이어 시민분향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8150명이 다녀간 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 기준 893명이 더 찾아 9043명이 박 시장의 죽음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박 시장의 ‘미투(MeToo)’ 의혹이 불거졌고, 일각에서는 공무 중 유명을 달리한 것이 아닌 박 시장의 장례를 5일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시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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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40대 남성 박모씨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시민운동계에 시민의 힘을 싹 틔운 분”이라며 “시민사회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고인의 뜻과 걸어온 발길마저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1학년 허윤호군(16)은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평소 존경할만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분이라 가시는 길에 한번 뵙고 싶었다”며 “고인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나서 논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구름이 하늘을 가린 날씨처럼 시민분향소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났고 “이렇게 가면 어떡하느냐”며 오열하는 시민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2m씩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분향을 기다리던 시민 가운데에도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홍명근(34)·조성아(33·여) 부부는 이날 어린 딸과 함께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장 박원순’을 기리기 위해 왔다고 했다.

홍씨는 “(박 시장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는데 여기에 오니까 실감이 난다”며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이는 것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했다. 홍씨가 눈물을 훔치자 품에 안긴 딸은 “아빠 울지마”라며 칭얼댔다.

조씨는 “주변에서도 5일장으로 치르는 것 자체를 두고도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고 죽음으로 모든 걸 다 끝내거나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도 “나 같은 시민도 피부로 느낄만큼 좋은 정책을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만들어온 분이기에 인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다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밝힐 것은 밝히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박 시장을 추모하려는 시민과 피해자 모두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시민분향소에서 폭력 등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보수 유튜버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시민분향소 안으로 진입하려다가 제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 유튜버는 “이곳에는 왼쪽 눈만 뜨고 사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며 “오른쪽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기 위해 들어가려는데 왜 막아서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시민처럼 줄을 서서 분향소에 들어간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며 “절차를 어기고 무단으로 침입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박 시장의 입관식은 고인의 아들인 박주신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13일 오전 7시30분쯤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 시청 앞에서 약 1시간 동안 영결식이 진행된다. 닷새간의 장례절차는 이어지는 서울추모공원 하관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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