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30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재무부 장관에 지명하는 등 경제팀 인선을 인수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공개해온 인선과 마찬가지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 민주당 정부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성별과 인종으로 팀을 꾸렸다.
이날 발표된 경제팀 고위직 명단은 옐런을 비롯해 6명이다. 인도계 미국인인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NEC) 대표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월리 아데예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 부보좌관은 재무부 부장관에 지명됐다.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공공·국제관계학장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낙점됐다. 바이든 당선자의 오랜 경제 참모인 재러드 번스타인과 헤더 보시는 각각 경제자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게 됐다. 이들은 중도와 진보 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게 미 언론의 대체적 분석이다.
옐런은 2018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4년 단임으로 연준 의장에서 물러난 뒤 3년 만에 경제 사령탑으로 복귀하게 됐다.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노동경제학자로 활동하다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연준 이사를 거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연준 부의장을 거쳐 첫 여성 연준 의장이 됐다. 그는 미 경제가 금융위기를 벗어나 안정기에 접어든 무렵인 2015년, ‘제로 금리’를 7년 만에 끝내고 점진적 인상에 나섬으로써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옐런이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 재무부 231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이 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연준 의장, 재무부 장관 등 3개 요직에 오르는 최초의 인물도 된다. 미 언론은 옐런이 공화당에서도 거부감이 적어 상원 인준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옐런을 비롯한 바이든 경제팀의 최대 과제는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미국 경제의 회복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인선을 발표하면서 “경제 위기 속에 미국인들에게 즉각적인 경제 구제를 제공하고 우리 경제의 재건을 도와줄 팀”이라고 말했다.
‘구원 투수’로 나선 옐런은 발표 뒤 트위터에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개인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아이들을 위해 훨씬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라는 아메리안 드림을 복원해야 한다”며 “재무장관으로서 나는 모두를 위한 그 꿈을 재건하기 위해 매일 일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경제팀에는 의회 인준을 통과할 경우 ‘사상 첫’이라는 수식어를 갖는 이가 옐런 말고도 많다. 탠든과 라우스는 각자의 자리에 오르는 첫 비백인 여성이 된다. 아데예모는 여성은 아니지만 첫 흑인 재무부 부장관에 오른다. 앞서 바이든 당선자는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사상 첫 여성 부통령 짝으로 선택한 것을 비롯해, 사상 첫 여성 국가정보국(DNI) 국장(에브릴 헤인스), 첫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부 장관(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지명자들을 발표했다.
바이든 당선자의 인선을 두고 공화당은 물론 진보 진영 안에서도 견제구가 날아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탠든에 대해서는 공화당 안에서 “지금까지 최악의 지명자”(존 코닌 상원의원)라는 촌평이 나오고 있다.
아직 발표가 안 된 국방부 장관의 경우, 미국진보민주당원 등 진보 단체들은 후보로 거명되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군사 대결을 선호하는 태도를 보여왔고 방산업체들과 연계돼 있다면서 그를 지명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한편,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델라웨어주의 자택에서 정보 당국자들로부터 처음으로 ‘대통령 일일 정보 브리핑’을 듣는 등 정권 인수 작업에 속도를 붙였다. 그는 내년 1월20일 열릴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 명단도 발표했다. 대선 경합주인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에 이어 마지막 남은 애리조나와 위스콘신도 바이든 승리라는 개표 결과를 인증했다. 트럼프 쪽은 그럼에도 소송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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