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1일(현지시간)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여론조사를 보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조금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주요 격전지가 초박빙 접전이어서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대선의 승패는 6개 경합주, ‘샤이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 당일 투표율 등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대선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 전체 득표수에서 지고, 미국 대선의 독특한 제도인 선거인단 득표수에서 이겨 승리하는 상황도 재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6개 경합주인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주에서 모두 이기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들 6개 주의 대선 선거인단 수를 합치면 101명이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18.8%다.
6개 경합주의 판세는 아직까지 안갯속이다. 바이든 후보가 앞선 것으로 평가받지만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를 제외하면 우세라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작다. 우편투표를 포함한 모든 투표함을 까봐야 6개 경합주의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6개 주를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나눠 가질 경우 승패는 초박빙으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 명이 6개 주를 독식한다면 완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6개 경합주의 정치적 토양은 제각각이다. 플로리다주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50대 50’인 전통적 접전지다. ‘러스트벨트’(쇠락한 철강·제조업 지역)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주는 민주당 텃밭이었으나 2016년에는 트럼프에게 넘어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애리조나주는 공화당 강세 지역이었으나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바람이 거세지면서 격전지로 변했다.
이 중에서도 플로리다주와 펜실베이니아주가 요충지다. 두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수(플로리다 29명, 펜실베이니아 20명)가 많은 데다 승부도 초접전 양상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후보가 최소 3% 포인트, 최대 12% 포인트까지 앞서 있다. 하지만 샤이 트럼프의 존재가 이 같은 여론조사에 의구심을 던진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시종일관 앞섰다. 트럼프의 드라마틱한 역전극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채 숨어 있다가 선거 당일 대거 투표장으로 나와 몰표를 던진 샤이 트럼프들 때문에 가능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대선에서는 샤이 트럼프가 거의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이들마저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이들이 활발하게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숨어 있는 지지자들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샤이 트럼프가 더 많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30일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지난 대선보다 더 많은 샤이 트럼프 유권자가 있다”는 여론조사기관 트래펄가그룹의 로버트 케헬리 여론조사 수석위원의 말을 전했다.
여론조사기관 서스쿼해나의 짐 리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트럼프)을 지지한다고 말하길 원치 않는 유권자가 많다”고 같은 보도에서 말했다.
대선 당일 투표율도 중대 변수다. 이번 미국 대선에선 사전투표 열기가 이례적으로 뜨거웠다. 이미 9000만명 넘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마쳤다. 사전투표에는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참여했고, 당일 현장투표에는 공화당 지지층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샤이 트럼프들이 대선 당일 얼마나 많이 투표소로 몰려나오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대선은 각 주(州)의 선거에서 한 표라도 이긴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이 대선 승리를 결정짓는 ‘매직 넘버’다.
그래서 각 주의 개별적인 선거 결과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미국 역대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득표에선 이기고 선거인단 수에서 져 패한 경우가 다섯 번이나 있었다. 올해 대선에서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 바이든 후보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에겐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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