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인도 통합건강복지협의회가 10월 초 보건당국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광견병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 차원에서 광견병을 주제로 정책 회의를 연 건 처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도는 광견병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연간 2만 명가량이 개에 물려 목숨을 잃는다. 게다가 전 세계 광견병 사망자 수는 줄고 있는데 유독 인도에선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광견병에 대한 인식 부족’을 꼽는다. 광견병은 해당 바이러스를 가진 개에 물려 감염되는데, 평균적으로 한 시간 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빠르면 며칠, 늦어도 몇주 내에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인 가운데 개에 물린 직후 곧바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3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상처만 치료하면 쉽게 낫는 병으로 알고 있었다.
거리를 떠도는 개가 많은 것도 원인이다. 인도는 25개 주에서 주인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개만 3500만~4000만 마리로 추산하고 있다. 케랄라주에서만 25만~60만 마리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6만5000여 마리가 광견병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떠돌이 개들은 주로 떼를 지어 돌아다니면서 행인을 공격한다. 실제 지난 1월에는 개떼가 타르프라데시주의 한 병원 창문으로 들어와 태어난 지 3시간 된 신생아를 공격해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주에서는 떠돌이 개들을 포획해 불임 시술을 하고, 예방 접종을 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케랄라주에 따르면 떠돌이 개 60만 마리를 단속하기 위해 최소 1500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담당 인력은 50여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노숙자, 공해, 쓰레기 문제 등 당장 눈앞에 닥친 보건복지 현안이 수두룩해 광견병 관리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인도 광견병 예방통제협회장인 M.K 수다르산 박사는 “인도 내 광견병 사망률 증가는 광견병을 '빈곤층의 질병'으로 치부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광범위한 광견병 인식 개선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광견병 퇴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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