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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 성명냈던
크리스토퍼 크렙스 사이버·기간시설안보국장 해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이어 반대 목소리 숙청 계속
트럼프의 불복 소송은 잇따라 기각 등 힘빠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해임한 국토안보부 사이버·기간시설안보국(CISA)의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장. 로이터 연합뉴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이번 선거에 부정이 없다고 밝힌 선거보안 최고 당국자를 해임했다. 지난 9일 마크 에스퍼 국장장관을 내쫓은 데 이어, 반대 목소리를 제거하는 숙청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토안보부 사이버·기간시설안보국(CISA)의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장에 대해 “즉시 효력 발생으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선거 보안에 관한 크렙의 최근 성명은 매우 부정확하다”고 해임 이유를 댔다. “죽은 사람이 투표하고, 선거 참관인들이 투표소 안에 들어가지 못했고, 개표기 결함으로 트럼프 표가 바이든 표로 바뀌었으며, 뒤늦게 투표하는 등 대규모의 부적절 행위와 사기”가 있었는데도 크렙스 국장이 이와 다른 성명을 냈다는 주장이다. 지난 12일 사이버·기간시설안보국과 선거기간시설 정부조정위원회(GCC) 등 선거보안 기관들은 성명을 내어 “11월3일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였다”며 “표가 삭제 또는 분실됐다거나 바꿔치기되거나 어떤 형태로든 훼손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투표 부정을 주장하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부 기관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크렙스 국장은 해임 소식이 알려진 뒤 트위터에 “복무해 영광이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했다. 오늘 방어해 내일을 안전하게”라고 적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대정부팀을 이끌었던 크렙스는 2018년부터 국토안보부 사이버·기간시설안보국장으로 일했다. 그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루머 컨트롤’ 페이지를 설치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퍼뜨리는 ‘유권자 사기’ 음모론 등 허위정보에 맞서왔다. 크렙스 해임 소식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하원 정보위원장인 애덤 시프 의원은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은 크렙스 국장의 위대한 봉사에 보상해주기는커녕 보복을 하고 있다”며 “한심한 일이지만, 민주적 절차를 유지하고 보호하려는 것은 (트럼프에게) 해고 사유가 될 것이라는 점은 슬프게도 예상됐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 언론이 일제히 ‘바이든 당선’으로 판정한 이틀 뒤인 9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과 해외 주둔 미군 감축 등에서 이견을 보여온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충성파인 크리스토퍼 밀러 대테러센터장을 장관대행에 앉혔다. 이어 국방부 내 다른 고위직 3명도 줄줄이 물러나며 정권 교체기 안보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캠프와 지지자들이 주요 경합주에서 제기한 대선 불복 소송은 힘이 빠지고 있다. 미시간주에서는 트럼프 쪽이 최대 카운티인 웨인 카운티의 집계 결과 인증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끝에 이날 인증이 이뤄졌다.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지난 13일 트럼프 쪽 로펌이 소송에서 손을 뗀 데 이어, 15일에는 ‘유권자 사기’가 있었다는 핵심 주장을 트럼프 쪽 스스로 포기하고 개표 과정상의 문제 쪽으로 쟁점을 좁혔다. 펜실베이니아주가 유권자들에게 투표 용지에 누락된 정보를 보충할 시간을 이틀 더 늘려준 것이 월권이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트럼프 쪽이 이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두 바이든 승리라는 결과에 영향을 못 미치는 소소한 것들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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